한의계, 집단휴진·궐기대회 초강수
복지부, 한의계 과민반응…현실성 없다
정부와 미국 침술사 상호자격 인정과 관련 갈등을 빚고 있던 한의계가 결국 집단 휴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0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전국회원 7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국민건강수호를 위한 전국 한의사 궐기대회'를 갖고 정부의 자격인정 방침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모인 7000명은 현재 전국 의료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수가 1만5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한의사 2명 중 1명은 휴진에 참여한 셈이다.
한의협은 그동안 미국 침술사 자격인정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맞서 이미 수 차례의 면담 및 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한미FTA 5차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체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의계는 미국 침술사 자격 인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한의협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한의사와 미국 침술사 간의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은 국민의 생명 및 건강권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하며 민족의학인 한의학의 존망과도 직결되는 초유의 비상사태"라며 "한의계의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해 상호인정에 대한 논의를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협은 "한의사 제도와 한의대 교육체계도 없는 미국 침술사에게 한국의 한의사와 동일한 면허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는 국내 한방보건의료 인력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림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의협은 △국민생존권을 위협하고 민족의학 말살시키는 굴욕협상, 졸속협상, 밀실협상인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논의를 즉각 중단 △정부와 한국측 협상 대표단은 한미FTA 협상의 과정과 내용을 국민들 앞에 전면 공개 △정부는 한방의료정책에 관해 전문가 직능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와 사전 협의할 것을 보장 등의 내용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런 한의계의 강경 대응에 대해 보건의료계는 "그동안 문제가 논의된 수준에 비해 지나친 대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한의계가 이 문제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국내 침술사들이 한의 전문가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고, 언젠가는 추진하게 될 중국과의 FTA 협상에 대한 예방책이라는 분석된다.
복지부, 한의계 달래기 나서
이처럼 한의계가 집단휴진과 궐기대회라는 초강수를 두자 정부가 한의계 달래기에 나섰다.
한의사들의 집단휴진 하루 전인 9일 변재진 복지부 차관은 "한국 한의사-미국 침술사 상호자격 인정은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변 차관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한미FTA 제5차 본협상(서비스분과)에서 한미 양측은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체계에 대한 원칙적 접근을 이뤘다"며 "하지만 어떤 분야를 우선 협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변 차관은 "우리나라가 의료 및 수의 등 잠정 관심분야에 대한 전문직 상호인정을 제시한데 대해 미국이 의료분야에 한의학 포함 여부를 질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변 차관은 "이 문제로 인해 한의계가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양국의 자격요건 및 절차,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문제이며, 우리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 차관은 "다음주부터 서울에서 개최될 6차 협상에서 한의계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한의계 달래기에 나섰다.
유시민 복지부장관도 "미국 몬태나에서 열린 5차 한미 FTA협상에서 우리측에서 각 분야에 걸쳐 13∼14개 정도의 전문자격증을 상호 인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며 "이에 대해 미국측에서는 그러면 한의사 자격증도 논의하자고 이야기한 것 뿐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대규모 집회와 관련 한방 의료기관 이용과 관련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한의협과 사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물론 일부 불편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응급환자 비율이 적은 만큼 집단 휴업으로 인한 환자 불편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의계를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