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에 시달린 사람의 몸은 피로에 푹 젖어 있게 마련이다. 그 동안 섭취한 영양분도 거의 없어졌으며 땀까지 많이 흘렸기 때문에 몹시 지쳐 있는 것이다. 그러다 가을로 접어들면 급격한 기온 차가 생기고 건조해 지지만 달라진 기후에 재빨리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감기나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피부는 '진액'에 의해 촉촉함과 윤기를 유지한다. 진액이란, 수분이나 혈액을 비롯하여 체내에 꼭 필요한 액체 성분의 영양분을 말한다. 혈액이 원활히 순환되며, 체내의 열기와 불순물이 잘 배출되고,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면 피부 호흡이 원활해지고 피부에 진액이 고르게 그리고 충분히 젖어들게 되어 피부가 곱고도 윤택해지며 아름다워진다.

가을이면 피부에 수분과 영양이 부족되어 특히 피부트러블이나 잔주름이 많이 생긴다. 이것은 가을의 건조함이 호흡피부 유기능계에 이상을 주어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저해하고 진액의 생성과 배분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가을은 매우 건조한 편이다. 이런 기후적 조건 아래 인체 내의 억제작용과 수렴작용이 드세면 드셀수록 인체는 병적으로 건조해지게 마련이다. 피지선과 땀샘의 기능 쇠퇴로 인해 정상 피지막의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부는 탄력을 잃고 잔주름이 늘며 건성화되면서 노화현상을 띠게 된다.

호흡기가 메마르고, 피부도 건조해지고 만다. 그러니 당연히 화장도 잘 받지 않고 비듬이 많아지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한창 자라고 있는 어린이도 뺨이나 팔다리가 윤기를 잃고 건조해져서 허옇게 분을 바른 듯 들뜨게 되고, 입술마저 까실까실 물기가 가신다. 피부 표면에 있는 지질 부족으로 수분을 공기 중으로 빼앗겨서 피부가 건조한 상태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피부가 건조한 경우에 피부 표면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유지하며 외부의 유해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하게 씻는 것을 피하고 피부 건조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이 중요하다.

목욕이나 샤워의 횟수를 가능한 줄이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가 매우 민감하므로 순한 세정 제품을 사용하고, 목욕 후에는 세제가 피부에 남아 있지 않도록 충분한 물로 여러 번 씻어내는 것이 좋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에도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닦고, 목욕 후 3분이 지나면 피부 건조가 시작되므로 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고 평상시에도 주기적으로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내온도는 18∼20℃로 유지하며 가습기를 사용하고, 가습기가 없을 때에는 실내에 젖은 빨래를 널거나 물수건을 놓아두고 습도계를 구입하여 습도가 50%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민감하므로 화학 섬유나 양모 같이 피부에 마찰이나 자극을 줄 수 있는 의복을 피해야 하는 것이 좋다.

피부 트러블을 없애고 자외선에 지친 피부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물이나 수분이 많이 든 음식물을 비롯하여 단백질과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특히 비타민 C는 피부를 싱싱하게 되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될 성분이다. 피부에 좋은 먹거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오래 전에 편찬된 의서에는 복숭아를 먹으면 예뻐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다. 복숭아 과육을 포처럼 떠서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그 잎으로 술을 담가 먹으면 혈색이 맑아지며, 그 잎으로 목욕을 하거나 얼굴을 씻으면 땀띠나 여드름이 없어지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복숭아씨에서 기름을 짠 뒤 물과 섞어 얼굴에 바르면 기미가 없어지고 얼굴이 고와진다고 하였다.

실제로 복숭아는 혈액을 맑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용이 뛰어나다. 그리고 껍질을 벗겨 낸 복숭아씨는 소화를 촉진하고 변비나 월경불순을 조절하는 효과가 대단하다.

양귀비가 즐겼다는 여지도 피부에 빠질 수 없다. 여지는 포도당, 단백질, 구연산, 비타민 C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맛은 달다. 메밀에는 모세혈관이 파열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루틴과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곱고 생기 있는 피부를 가꾸는 데 효과가 크다. 호두에는 지방뿐 아니라 질 좋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듬뿍 들어 있으며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다. 그래서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살결은 고와지며 머리카락이 탄력을 얻고 검어지는 것이다. 표고버섯은 눈 가장자리의 잔주름이나 기미를 없애는 효과가 뛰어나고 거친 피부를 매끈하게 가꿔 주며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어 준다.

양배추도 좋다. 미용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A C를 비롯해 비타민 K U를 함유하고 있으며 양배추의 식물성 섬유와 칼륨은 장의 건조를 막아 변비를 해결하고, 진정작용이 있어 초조감도 없앤다. '변비는 미용의 적'이므로 쾌변을 유도해서 체내에 독성이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변비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폐물의 배설을 돕고 피부를 깨끗하게 해주는 식품으로 우엉과 율무가 정평이 나있다. 따라서 이 두가지 식품을 함께 먹는다면 그 효과는 크게 상승될 수 있다. 우선 우엉을 껍질째 씻은 다음 겉껍질만 얇게 깎아 물에 담가 우려낸 뒤 미리 물에 불려 둔 율무와 함께 죽을 쑤면 우엉율무죽이 됩니다. 하루 한 끼 정도는 이 우엉율무죽으로 대신하는 것도 좋다.

녹차와 우유, 식초의 공통점은 세 가지 모두 피부 미용에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모두 먹는다면 그 효과는 매우 커질 수 있다. 먼저 우유에 식초를 섞는데 그 비율은 각자의 기호에 맞춰 적당히 넣으면 된다. 그런 다음 녹차를 가루내어 우유 식초에 1티스푼을 넣고 잘 섞어 마시면 된다.

매실은 구연산이 주성분인데 이 성분은 청량감과 상쾌함을 줄 뿐 아니라 피로까지 풀어준다. 매실즙을 조금씩 매일 먹거나 이 즙을 희석해서 얼굴을 씻어도 매우 좋다.

탕목욕을 한번씩 하는 것도 좋다. 욕탕의 열감, 부력 그리고 수압의 이점을 얻는 요법이 바로 목욕요법이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작용까지도 가지고 있다. 진정, 진통 작용의 이점도 있고 피부의 탄력과 윤기를 주는 것도 목욕이다.

피부를 단련시키는데 건포마찰도 좋다. 마른 수건으로 피부를 문질러 주는 것인데, 건포마찰을 습관적으로 계속하는 동안 피부도 깨끗해지고 병에 대한 저항력도 기를 수 있다.

봄이 들뜸과 흥분, 충동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격정을 일으키는 추진의 계절이요, 겨울은 회고와 차분함, 그리고 성찰과 침정의 계절이다. 그렇다면 가을은 사색과 우울, 조절과 억제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가을은 풍성하지만 몸과 마음의 기운이 떨어지기도 쉬운 계절이므로 따뜻한 마음과 규칙적이고 활기찬 생활이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생명마루한의원 신림점

원장 한의학박사 노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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